[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 왕년의 홈런 타자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 왕년의 홈런 타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4.05.27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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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5월 25일 '야구로 통하는 티볼캠프'에 참가해 어린선수들과 학부형하고 재미있게 땀을 흘리며 야구를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행사를 주관하고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박철호 전무가 나에게 오더니 “오늘 어린선수들과 학부모들을 위해 홈런 시범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먼저 A구장에서는 장원진 위원이 홈런 시범을 보이고 B 구장에서는 감독님이 시범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얼마나 난감했는지 모른다.

A 구장에서 장원진 위원이 홈런 시범을 보였고 B 구장에서 내가 홈런 시범을 보였다. 홈런 시범을 보인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몸도 제대로 풀지 않은 상태에서 쳤는데 그게 홈런이 되었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어린선수들과 학부모들이 모두 놀래 탄성을 지르고 야단이 났다.

1루를 돌고 2루를 도는데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다시 3루를 돌고 홈으로 들어오는데 어린선수들이 모두 나와 하이파이브 하면서 탄성을 지른다.

70을 바라보며 달려가고 있는데 아직도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이 솔직히 믿어지지 않지만 예전 2019년 12일과 13일 이틀간의 경북의성에 내려가 재능기부 했던적이 있었다. 경북 의성은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바로 그 곳에서 HBC 선수들이 봉사활동 할 때 그들과 함께 재능기부 했었던 적이 있다. 평소 아끼는 후배인 권혁돈 감독의 부탁으로 의성군에 방문해서 지역 어린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쳐 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날도 나는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열심히 운동하고 응원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권혁돈 감독이 나를 부르는 것이다.

HBC 선수들과 스텝진 그리고 야구를 좋아하는 의성 어린이 야구단 30명 마지막으로 50명이 되는 학부형들과 군수님이 계시는데 권혁돈 감독이 “이만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타석에서 타격시범을 보여 줄 것입니다.“하며 소리 높여 이야기 하니깐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과 학부형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포수들에게 시범을 보이고 재능기부 하러 다니느라 양쪽 어깨인대가 여러군데 끊어진 상태다. 연일 바쁜 일정으로 수술 날짜를 계속 미루고 있던 중이라 내가 좋아하는 배팅 볼 던져주기와 타격시범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 있는데 갑자기 권혁돈 감독이 “ 이만수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타격시범을 보여 주실 것입니다 “ 할 때 무척 난감했다. 이렇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안 할 수도 없고 과연 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일단 야구배트를 잡았다. 

첫타석 파올 볼 칠 때 솔직히 왼쪽어깨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팠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이 옆에서 “ 이만수 이만수 “ 하며 외치는데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시 두번째 타격하는데 또다시 파올 볼을 쳤다. 마찬가지로 어깨가 아파 힘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어 다시 도전했다. 

마지막 3번째 타격했는데 거짓말처럼 너무 잘 맞아 홈런을 쳤다. 다이아몬드 한 바퀴 도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현역시절 수백개의 홈런을 칠 때와는 또 다른 즐거움과   기쁨이 있었다.

지난 25일 '야구로 통하는 티볼캠프'에 참가해 갑자기 박철호 전무가 나에게 오더니 '어린선수들과 학부형들을 위해 홈런 시범을 보여 달라'는 말에 예전 2019년 8월 13일 권혁돈 감독이 나에게 했던 말과 너무 똑 같아 순간적으로 옛날 생각이 오버랩 되면서 마음에 묘한 느낌을 받았다.

이날 조금 더웠지만 나는 일단 야구복만 입으면 땀나는 것조차 신나는 선수다. 아주 오랫만에 쳐 본 홈런의 손맛이 얼마나 좋은지 잠깐이나마 현역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나는 야구할 때가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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