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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춘광 의원 영결식]이석문 교육감 추도사
[故 윤춘광 의원 영결식]이석문 교육감 추도사
  • 뉴스N제주
  • 승인 2019.07.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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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이석문 "당신의 길, 우리가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다"

故 윤춘광 의원 제주특별자치도의회葬 영결식이 17일 오전 9시 도의회 의사당 앞마당에서 유가족, 장의위원, 도민 등 300여명이 참석해 개최됐다.

이날 영결식은 고인 약력소개 및 조사(의장), 추도사(도지사, 교육감), 고별사(유족 대표), 추모시 낭송, 생전영상 방영, 헌화 및 분향을 끝으로 마무리했다.

다음은 이석문 교육감 추도사 원문.

이석문 교육감
이석문 교육감

윤춘광 의원님.

어둠의 시대, 님은 한 줄기 희망의 햇살이었습니다.

엄혹한 광야의 한복판, 님은 우리를 이끈 한 줌의 따뜻함이었습니다.

차마 그 땐 몰랐습니다.

그저 님의 존재가 귀하고 고마울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알아야 했습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님이 얼마나 희생을 감수해야 했고, 스스로 삶의 소진을 반복해야 했는지를.

님이 없는 자리에 서서 이제야 후회어린 뒤늦은 고백을 합니다.

님은 우리를 지켜준 시대의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러나 홀로 버티는 삶을 살기 위하여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 무게를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님이여, 홀로 버티게 해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해 버텨주셔서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님은 우도에서 태어나 평생을 서귀포에서 살았습니다.

님은 고향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중앙에서부터 철저히 소외된 땅이었기에,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가장 고통 받았던 땅이기에 님은 고향을 떠나지 못했습니다.

고향의 절망을 희망으로 돌려놓고자 했습니다. 변방에서부터 민주화의 물결을 일으키고자 했습니다. 그것이 님의 평생의 운명이었습니다.

운명의 여정마다 님은 약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했습니다.

시대의 부조리에 올곧게 저항했고 진실 앞에 언제나 당당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당신의 운명에 동참하는 후배들이 한 명, 두 명씩 늘어났습니다.

그 운명의 동행은 시대를 바꾼 역사의 물줄기가 되었고, 이 땅에 당신이 염원했던 민주화의 꽃을 피웠습니다.

어떤 풍파도 거뜬히 견딜 것 같았던 님의 육체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한 송이 꽃처럼 저물고 말았습니다.

이마저도 님의 운명이라며 애써 위안해보지만, 흐르는 눈물과 마음을 채우는 슬픔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님이 그리울 때, 우도의 하늘과, 서귀포의 하늘을 바라보며 한 번씩 님의 이름을 불러보겠습니다.

“윤춘광 동지, 윤춘광 형님.”

그럴 때마다 시원한 바람 한 줄기로 “나 잘 살고 있다”고

안부 인사 건네주십시오.

의원님, 편히 쉬십시오.

당신의 길, 우리가 최선을 다해 걸어가겠습니다.

유가족 분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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