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제주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 부결에 분노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제주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 부결에 분노
  • 뉴스N제주
  • 승인 2019.07.1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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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성명
도청앞 천막
도청앞 천막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 제주도의회 제37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폐회사. 이제 목 놓아 통곡하노라.

이 말은 1905년 11월 20일 <황성신문> 주필이었던 장지연이 을사늑약에 관해 쓴 논설 제목이다. 목 놓아 통곡하겠다던 그는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는 일에 동조하고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대신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하며 을사오적을 호명한다.

“저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우리 정부의 대신이란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위협에 겁먹어 머뭇대거나 두려움에 떨며 나라를 팔아먹는 도적이 되기를 감수했다.”

제주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을 부결시킨 2019년 7월 11일, 여기 제주도의회는 스스로 통곡하기 전에 이 말부터 들어야 했다.

“ 돼지와 개만도 못한 소위 제주도민을 대표하고 도정을 견제한다는 자들이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제주를 팔아먹은 도적이 되었다.”(돼지야, 개야, 비교해서 미안해)

봄이 오기 전 제주도의회는 국토부의 제2공항 질주에 맞서 최소한의 도민 자존심을 지킬 결의안을 냈었다. 당시에도 그 당연한 결정이 나기까지 많은 도민이 속을 앓아야 했다. 국토부의 기본계획용역수립 절차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제주가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유를 찾아냈다. 제주도 보존지역 관리조례 개정안은 대체 무엇이었는가?

제주특별법 제5장엔 제주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제355조 절대보전지역, 제356조 상대보전지역, 제357조 관리보전지역의 지정, 제358조 관리보전지역에서의 행위 제한 원칙이 정해져 있다. 세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도 조례(보전지역 관리)로 정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조례는 절대보전지역에서는 항만 공항 등 대규모 원형 훼손 시설은 도의회 동의절차를 가지는 데 반해, 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과 같은 관리보전지역 1등급에서는 그 절차가 없었다.

이번 조례안 개정 내용은 바로 이 1등급 지역도 절대보존지역처럼 대규모 훼손 행위에 대해 도의회 동의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제주 보전조례는 헌법상 ‘환경보전의무’와 제주특별법상 '환경의 보전' 목적에 부합하는 조례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내용이었다. 제주 전 지역도 아니고 절대보전지역과 관리보전지역1등급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다. 대규모 국책사업 등을 반대하라는 것이 아니고 심의하라는, 다시 말하지만 최소한의 도민 자기결정권 행사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도의회는 자신들의 책임은 물론 권리이기도 한 이번 개정안을 거부했다. 대체 왜? 왜?

묻는다. 제주도의회는 왜 있는가? 뭐하러 있는가? 무엇 하는 곳인가? 이 조례안 개정에 제2공항 사안을 붙여놓고 프레임을 작동시키는 주체들은 누구인가? 이 조례개정이 불발에 그침으로써 이익을 보는 자들은 대체 누구인가?

국책사업에 따른 도민 간 갈등을 제도권 안에서 다룰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 의지도 없는 도의회는 왜 때문에 있는 건가?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은 제주도의회 개원 1년 인터뷰에서 ‘집행부의 의견 수렴기관이 아닌 치열한 논쟁과 협의를 통해 도민주권을 펼치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겠다’라고 했다. 그 약속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대체 얼마나 힘을 가져야 이 당연한 일을 할 수 있는가? 권한이 없다고 해서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은 짧은 기간 동안 시장과 공항 터미널 등을 돌아다니며 3275명의 도민 서명을 모아서 힘을 실어주었다. 길에서 만난 많은 도민이 ‘정말 이것이 통과되면 제주도 난개발 억제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기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내주었다.

그런 안이 5월 22일 상정보류 되었었다. 쓰린 속으로 기다렸다. 그러나, 6월 10일 또 상정보류 되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항의하는 시민들 도의회 출입을 막고 문 걸어 잠그고 폐문 표시를 한 것이었다. 이 표시는 나중에 통제 표시로 바뀌었다. 문을 두드리며 문 걸어 잠근 이유를 묻는 도민들을 채증하고 협박했다. 도의회 도민의 방 이용을 불허하거나 제한했다.

그들이 견제한다던 원희룡 제주도정과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제주도민을 대의 하는 기관이 그 책임과 권한을 포기했다. 아니 거부했다. 이것을 우리는 무엇이라 말해야 할 것인가?

을사오적이 있었다. 이제 기해년, 제주를 팔아먹은 제주의 적폐를 호명하겠다. 당신들은 누구인가?

제주 정치엔 원칙도 없고 상식도 없고 최소한의 정의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야당도 없고 여당도 없고 죄다 도둑들만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도민이 그토록 갈망하는 도민의 ‘자기결정권’이 제도정치에서 가로막힌 오늘, 우리는 이제 목 놓아 통곡하겠다. 통곡하겠다.

그리고 오늘 이 통곡은 반드시 횃불 되어 영달을 바라고 책무를 저버린 제주 정치를 향해 봉기를 일으키고 말 것이다. 개, 돼지만도 못한 제주도의 적폐들은 그 폐쇄된 의회 안에서 아예 나오지도 말라. 지켜보겠다. 제주도의회는 똑바로 하라.

2019년 7월 12일

2019년 7월 11일의 부끄러움을 함께 떠안는 제주 도청 앞 천막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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