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는 손님의 한마디에 피로감 싹"
각 지역 도시마다 가장 오래되고 맛있다는 소문난 중국음식점들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제주도에서 '짜장면' 하면 흔히 '마라도' 짜장이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마라도까지 짜장면을 먹으려고 마라도까지 갈 수는 없는 법. 자장면을 먹고 싶은데 제주시내인 우리 동네에서 가장 우아하면서도 깨끗하고 전통이 있는 곳은 없을까.
제주시 칼호텔 사거리 서쪽, 눈에 띄는 신축 건물에 제법 규모 있는 중국집이 있다.
제주시민들에게 가장 유명하고 맛있고 오래된 중국음식점 하나 추천해 달라하면 보통 둘 중 하나는 '북경반점'이라 대답한다.
제주시 칼 호텔 뒷편에 위치한 북경반점은 1960년대 제주시 서문통 시장에서 오픈한 후, 현재의 자리에서 벌써 30년 이상을 대를 이어 맥을 잇고 있는 데 북경반점(대표 양덕의)은 중식을 찾는 미식가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중식당이다.
입구 간판에 4대째 대물림 맛집. 중식당 북경반점으로 광고판이 붙여진 이 식당은 2018년 11월 건물을 새로 지어 다시 오픈했다.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신축한 건물 입구에는 산지천에 있다가 사라진 해상호 관련 글이 있는데 그 배에 타고 1950년에 제주로 난파했던 사람이 조상으로 그렇게 제주에 뿌리를 내렸다. 이 북경반점의 전통의 식당임을 말해주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북경반점 주인인 양덕의 사장.
그의 부모님은 인천에 살다가 전쟁 중에 제주까지 내려와 그의 증조부와 며느리 왕씨 할머니가 제주시 서문통에서 '위신원' 식당을 시작해 중국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해서 오늘날 중식당으로 이어졌다고 술회했다.
현재 양 대표는 증조부, 할머니, 아버지, 양덕의 대표까지 4대째 가업을 이은 대물림맛집 주인이다.
정확히 이 4대째 대물림 맛집인 북경반점은 제주시 칼호텔 4거리 교보생명 북쪽으로 마주하고 있다. 입구에 보이는 글귀처럼 북경반점은 제주시에서 나름 오래되고 도민들에겐 유명했던 중국집이다.
새로 지은 건물은 통째로 사용하지 않고 2,3층이 북경반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층은 일상적인 손님을 맞이하고 3층은 단체 손님 등 예약손님 위주로 받고 있다.
점심시간에 맞춰 찾아간 북경반점은 2층에는 굉장히 분주했다. 손님들은 에어컨을 켜 쾌적한 실내에서 시원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끊임없이 손님들로 채워지는 테이블에는 짜장면과 짬뽕 그리고 만두 등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리 일행도 간단히 짜장과 짬뽕, 콩국수 등 식사를 마치고 3층에서 양 대표와 테이블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사실 양 대표가 '유학파'라는 사실이다.
미국에서 유학시절 치과의사 공부를 하다 호텔전공으로 바뀌어 공부하고 들어와서는 제주도청 등에서 공무원도 하다가 결혼 후 92년도 경에 부친의 부름에 지금의 북경반점에서 가업을 이어받게 된다. 부친의 빈틈없이 정확하면서도 확실한 성격의 장인정신 수업을 받고 이 업계에 뛰어들게 되고 그러한 부친의 기업가 정신을 몸에 익혀 4대 기업의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양 대표는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다고 했다. 특히 지금의 건물을 신축할 때 정말 힘들어 용두암에 몇 번이나 갔던 기억을 되살리며 눈가에 잔잔한 눈물도 보였다.
그는 “요리는 아버지한테 배운 것도 있지만 요즘은 새로운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생각으로 서울 호텔 등에서도 올라가 배우기도 했다”며 새로운 신메뉴 개발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어려움을 이겨냈던 것은 부모님의 가르침과 가족들의 힘으로 다시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일어서게 되고 그러한 고통들이 지금은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도 전국적으로 경제가 침체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15명이 넘는 직원들이 한결같이 일을 하는 모습에서 더욱더 힘을 내서 일을 하게 되고 찾아주시는 고객들에게 더욱더 머리를 숙이게 된다고 토로했다.
양 대표는 손님들에게 제일 고마운 말을 듣는 순간은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는 한마디에 피로감이나 아픔이 다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부친이 일을 할 적에 단골 손님이 아직도 찾아주신다고 하면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격려를 주실 때 어르신들을 위해 성심을 다한다고 말했다.
얼굴만 봐도 맘음이 좋게 생긴 양대표에게 다짜고짜 “이 집에서 가장 내세울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양 대표는 주저 없이 “만두”라고 답했다.
흔히 반점은 자장면과 짬뽕이 대세다. 식사와 요리 등 수많은 메뉴가 있는 곳이 반점이지만 그래도 주요 판매되는 메뉴는 따로 있는 것이다.
양 대표의 말에 의하면 현재 북경반점의 대표적 메뉴로는 양파, 해물 등의 재료를 갖고 주문과 동시에 바로 따뜻한 음식을 춘장과 함께 볶아주는 짜장과 굴과 야채 및 오징어를 기본메뉴로 사용한 굴 짬뽕, 여름별미 비취냉면 등이라 했다.
그러나 이 북경반점은 여기에 메뉴가 하나 더 추가 된다. 즉, 만두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집 만두는 바로 나오는 게 아니고 만들어서 나오려면 3일이나 돼야 나온다고 했다. 그만큼 정성으로 빚는 만두는 어머니의 손맛을 잊을 수 없어서 그 맛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만두는 다른 중국집에서 맛볼 수 없는 북경반점만의 자랑“이라고 말했다.
사실 기자가 맛본 이집의 만두는 다른 집과의 만두와는 색다른 맛이었다. 손님들이 만두가 남으면 다들 포장해서 간다고 했다.
식탁위에 내놓은 찬란한 요리 및 식사류는 그야말로 군침을 돌게 만들었다.
동파육, 칠리 중새우, 간풍기, 양장피, 수제군만두, 차돌잠뽕, 간 자장면, 비취냉면, 냉짬뽕을 원탁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니 중국 음식의 화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자가 전체적으로 맛을 보니 냉짬뽕과 양장피는 입에 찰싹 다가왔다. 또한 칠리중새우 요리중 새우를 하나 입에 넣으니 그야말로 배지근한 느낌이었다.
비취냉면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요리였다. 20여년을 넘게 주방경력을 갖고 있는 중국계 장지승 주방장의 노력으로 하나하나 설명하는 모습에서 요리의 다양성에 맞춰 정성이 깃든 음식이라고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자녀에게 물려줄 준비는 하고 있는 지 물었다. 아직 아이들이 학생들이라서 공부중이라고 하면서 만약에 음식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아이가 있다면 물려줄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대학생이라서 아직 자기 앞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예비나 준비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제 50의 고개를 넘고 제2의 기업가 정신으로 일을 시작하는 양덕의 대표.
최근에는 홀영업만을 해오던 중화요리 전문점 북경반점이 고객의 요구에 충실하기 위해 직원을 충분하게 갖추었다.
16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는 말에 “여기가 바로 중소기업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경반점은 신선한 재료로 모든 요리를 주문 시 바로 요리해 선보이고 있다.
또 저렴한 가격에 비해 넉넉한 양과 손색없는 맛으로 남녀노소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주방장은 전했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것은, 중식 하면 느끼함이 떠오르는데 이 집 중식요리들 대부분이 그다지 느끼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맛인 새콤+달콤+매콤+짠맛의 조합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적당한 양념 맛 또한 이집의 장점이었다.
또, 이집은 다른 중식집들이 문을 닫은 늦은 시간까지도 영업을 한다는 점도 장점이다.
또한 ‘북경오리’는 이집의 별미다. 가족이나 모임이 함께 먹을 수 있는데 오리고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북경반점은 중화요리의 퓨전화, 가격 부담 최소화, 직원 풀 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중국요리의 대중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며 “기존 중국집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경반점
제주시 이도1동 1690-9번지
전화 064-722-4256
*북경반점 찾는 고객을 위해 건물 뒷편 칼빌딩 주차장과 계약이 돼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