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애 박사 "순조 비 순원왕후가 한글 편지서 쓴 문법 보수적"
김수애 박사 "순조 비 순원왕후가 한글 편지서 쓴 문법 보수적"
  • 뉴스N제주
  • 승인 2019.06.1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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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순원왕후 편지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순원왕후 편지

조선 제23대 임금 순조(재위 1800∼1834) 비인 순원왕후(1789∼1857)가 셋째 딸 덕온공주(1822∼1844)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 편지를 보면 문법 사용 측면에서 보수적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수애 씨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한 순원왕후 편지 10건을 분석한 결과를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장서각' 최신호 논문을 통해 공개했다.

순원왕후 편지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57건이 있고,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과 개인이 보유한 자료도 있다.

한글박물관에 있는 순원왕후 편지 10건의 수신자는 7건이 셋째 사위 윤의선, 3건이 덕온공주다. 덕온공주는 열여섯 살에 윤두수 후손인 윤의선과 혼인해 궁궐 밖 저동에서 생활했다.

김순애 박사
김순애 박사

김씨는 "덕온공주가 혼례를 치를 당시 아버지 순조와 오빠 효명세자, 언니 복온공주는 세상을 떠나 남은 가족은 순원왕후뿐이었는데, 순원왕후와 덕온공주는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데 한글 편지를 사용했다"며 "19세기 왕실 여성 편지는 글쓴이에 따라 문장 양식에서 특징적 성격이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순원왕후 편지에서 드러나는 국어학 요소를 살펴 끝소리가 ㄷ, ㅌ인 형태소가 'ㅣ' 모음을 만나 ㅈ, ㅊ이 되는 구개음화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씨는 1786년부터 1856년 사이에 쓴 '추사가 언간'에서 543회 중 466회가 구개음화 됐고, 1830∼1850년대에 집필한 '김성일가 언간' 중 남편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173회 중 160회가 구개음화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ㄷ, ㅌ 구개음화를 적용할 수 있는 예가 57회 나오는 순원왕후 편지에서는 구개음화가 한 차례도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순원왕후 편지에서는 음운 변화 확산 정도가 매우 늦은 편으로,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며 이러한 현상의 이유를 몇 가지 제시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음운 변화를 느리게 수용하는 경향이 있고, 순원왕후는 어렸을 때부터 받은 한문 교육과 왕실 교육으로 인해 옛 형식을 지키려는 성향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15세기부터 본래 '지'였던 것을 '디'로 과도하게 교정하려는 순원왕후의 개인적 태도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씨는 순원왕후가 '것이니'를 '거시니'로 적는 것처럼 발음 나는 대로 표기하는 연철을 유독 많이 썼는데, 이 또한 19세기가 되면 문법 의식이 확산하면서 연철 사용 사례가 감소하는 현상과 대비되는 보수적 면모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는 순원왕후가 딸과 사위에게 쓴 종결 형식도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순원왕후가 윤의선에게는 예사낮춤인 '하오체'를, 딸인 덕온공주에게는 아주낮춤인 '하라체'를 썼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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