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동규 회장 "매처학자梅妻鶴子로 평생 여기서 살거야"
[인터뷰]김동규 회장 "매처학자梅妻鶴子로 평생 여기서 살거야"
  • 현달환 기자/강정림 기자/양정인 이사
  • 승인 2019.05.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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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2월 그 매화에 빠진 김동규 회장 이야기
손주 위해 나무위에 집을 짓는 인자한 회장

“마누라는 나보고 미쳤다고 한다. 아예 여기 오지도 않아”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以梅爲妻, 以鶴爲子)’ 임포의 -‘매처학자梅妻鶴子

​향기는 사람을 아름답게 하고 예술을 낳는다. 곧은 의지와 절개가 다한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채워줬던 일등공신 매화. 그래서 매화의 꽃말이 고결, 충실, 인내일까?

햇살 좋은 5월, 노리매공원 찻집에서 만난 김동규 회장의 답이다.

남들은 이런 땅에 밀감나무를 심어 과수원 만들어서 돈을 벌었으면 많이 벌었을 텐데

제주에 매화라니.

그런데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그런 매화의 동산이 관광객들이 찾는 특히 웨딩촬영의 대명소로 알려져 많이 왕래할 줄.

사랑하는 여인에게 대하듯 "매화에게 물 줘라"라고 유언을 남겼던 퇴계 이황의 절개가 닮은 듯 김 회장의 매화사랑은 지고지순하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처음 인연은 아이랑 차를 타고 가는 도중 아이가 매화꽃을 차안에 놔뒀는데 그 향기가 차안을 가득 풍겨 아이도 좋아해서 아, 매화가 이렇게 좋구나하고 느낀 그 후부터 매화사랑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전국의 유명 매화가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서 사다가 심었다고 했다. 아내에겐 가격을 거짓말도 하면서 좋은 나무들을 차에 싣고 동산을 만들기 시작했다. 많이도 죽고 했지만 이제 곳곳에 매화의 자태에 넋을 잃을 때도 있다고 했다.

매화를 심어놓고 얼마나 노심초사했던가. 곳곳에 매화만이 아닌 다양한 식생물로 눈요기가 되고 호수까지 만들어 보는 이에게 여유를 안겨준다.

김 회장은 요즘 시대가 빨리 가는 이유는 ‘공간의 협소’라는 말로 정의했다. 서양인들이 사는 곳처럼 공간이 넓으면 서두르지 않고 여유를 가질 것인데 좁은 공간에서 살다보니 여유가 없어지고 바빠지고 빨라진다는 것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래서 김 회장은 이곳 노리매 공원에 그런 여유를 심으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여유가 없으면 꽃순이 나서 꽃잎이 절정적인 순간까지 과정을 놓치고 말 것이다. 즉, 절정의 순간만 보고 한순간 감탄만 하는 그런 시간이 어느 순간 여흥이 없다는 것이다. 과정이 오히려 더 기억되고 오래 남아 있는 법.

김 회장은 특히 칠순이 넘은 연세에도 건강한 오십대로 보일정도로 평소 자전거운동을 즐긴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약 2달 넘게 유럽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유럽의 좋은 곳과 자전거타기 좋은 곳 등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로맨티스였다. 노리매공원을 거닐며 마지막 나무로 만든 휴식처에서 차한잔 마시며 바로 가수 나훈아의 노래를 들려주는데 지친 심신을 바로 회복할 수 있는 비타민이 됐다.

때로는 와인한잔씩 하면서 자연을 바라보며 인생을 논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럴 것 같았다.

노리매 공원을 시간상 전부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곳곳에 김회장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명소들이 숨겨있었다.

10여명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돌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화로와 의자가 그렇고 건물내 차 이외에는 음식물을 팔지 않는데 이는 매화의 향기를 가로막지 않는 방문객들에 대한 배려와 자신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김동규 회장
김동규 회장

김 회장은 품위 있는 유머를 소유한 요즘보기 드문 CEO이다.

대화를 할 때마다 가끔 터져 나오는 유머는 김 회장의 성격을 잘 말해주고 있었다. 경직된 사람은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같이 식사를 했던 김 회장의 지인은 김 회장의 유머는 뽀빠이 이상룡의 유머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묘비명에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라는 유명한 유머의 소유자인 아일랜드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버나드쇼의 그 유머와 버금 같다고 다소 과장(?)된 표현을 쓰며 그렇게 정의한다고 말했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그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웃고 말았다.

김 회장은 서슴없이 자신을 ‘미친놈‘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역이 영어교육도시로 인해 보상받을 시기에 자신은 양돈을 하면서 기간에 대한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양돈 사업을 1년 전에 미리 정리해서 돈 한 푼 보상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약속을 철저히 지키며 의리(?)를 지키는 사나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향땅에서 이제까지 주소한번 옮기지 않는 사나이, 남들은 투기니 개인적 이유로 주소를 옮길 만도 한데 그는 고향땅을 지켰다.

매실의 새콤함보다 묵적 풍류의 삶을 지향하는 고결한 매화를 흠모할 수밖에 없는 마음을 볼 수 있는 김 회장의 인격이 아닐 수 없다.

모두에서 말했지만 북송시대 임포는 매화를 아내로 삼았다는데 어떤 심정인지 이해할 수 있겠다. 매화 향기에 취해 가물거리는 꽃잎들의 낙화, 추임새. 영락없는 선비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이곳 공원에 관광객들이 찾아오면 꽃 전령사라고나 할까. 꽃이 움트고 개화해서 시들고 낙화하는 장면까지 드라마 연출하듯 찍어 올린다. 그러면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단다.

매화 향기에 빠져 사면초가에 이른 옛 선비들이 이야기도 사뭇 신비롭다.

김홍도는 그림 값 삼천 냥을 받아 이천 냥은 매화 분재를 사고 팔백 냥은 친구들을 불러 밤새 술과 매화타령을 즐겼단다.

요즘 같으면 대책 없는 건달이라고 핀잔을 듣거나 이혼 감이었지만 예술의 경지를 넘나드는 김홍도의 혼이 넋을 잃은 것은 매화의 자태 때문일 것이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예로부터 매화는 강한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해서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많은 집의 정원에 매화나무가 흔히 심어져있고 문학작품 속에나 그림의 소재로도 많이 등장했다.

매화는 꽃으로도 보지만 꽃을 차로 만들어서 마시기도 하고 열매는 술을 담그거나 매실청을 만들어 음료로 마시거나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곤 했다.

제주도의 노리매공원에서는 2월에 매화가 피어나 한 달 이상 먼저 매화꽃을 볼 수 있으니 매화꽃이 그리운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 매화꽃을 즐긴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 여행을 가기 전에 인터넷이나 여행 관련 서적을 통해서 제주도에서 갈 곳을 검색하거나 찾아볼 것이다. 만약에 매화나 동백꽃, 유채꽃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싶다면 노리매공원에 가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노리매(梅)’는 순 우리말인 ‘놀이’와 매화의 합성어라고 한다. 입장요금은 성인은 9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다.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는 꽃들을 이곳에서 마치 종합 선물세트처럼 만날 수 있는데 사실 노리매공원은 공원자체가 매화를 주제로 한 공원이다.

노리매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호수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맞아준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문화시설 옆에는 인공폭포가 시원함을 더해주는데 그곳에도 매화가 꽃을 피워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준다.

노리매공원에는 백 여 종의 매화뿐만 아니라, 녹차와 감귤나무, 동백나무와 매화 분재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곳에는 유채꽃을 심어서 바람이 불 때 마다 유채꽃이 일렁여 노랑 바다를 만나는 것 같다.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래매공원)
노리매공원 전경(사진제공 노리매공원)

이곳에는 초가집이 있고 또 안으로 들어가면 기와집이 있는데 곳곳에서 매화꽃이 피어나 봄이 그윽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리매공원
전화 : 064-792-8211
주소 : 서귀포시 대정읍 중산간서로 2260-15
홈페이지 : http://www.norimae.com/

∆오는 길
제주공항 - 평화로 서광1리교차로에서 우회전 - 노리매공원(제주공항서 45km, 45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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