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이만수 감독의 아침 노트]프로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
  • 현달환 국장
  • 승인 2023.09.12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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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
2022.12. 프로야구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시상식 올해의 공로상
김만덕기념관(관장 김상훈)은 20일 오후 6시 30분 김만덕기념관 1층 만덕홀에서 이만수 감독을 초청해 ‘헐크 이만수의 도전과 나눔’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나눔특강을 가졌다.
이만수 감독

지난 10일 우리 가족은 참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한 달 전에 헐크파운데이션 김상욱 전무로부터 연락이 왔다. 돌아오는 9월 10일 경남 창원 NC 파크에서 열리는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자이언츠 전에 앞서 구단에서 헐크파운데이션 라오스 야구단 물품 지원 기념식을 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날 NC다이너스 구단의 배려로 전달식이 끝난 뒤 시구와 시타도 진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시구는 내가 하고 시타는 헐크파운데이션 조경원 단장이 하는 것으로 정했단다. 헐크파운데이션 재단은 2016년 4월 28일 설립된 지 어느덧 7년이 된다. 야구로 좋은 세상을 꿈꾸는 헐크파운데이션 야구 재능기부 재단으로서, 국내 야구 꿈나무 육성과 아마추어 야구 발전, 그리고 야구 불모지인 동남아를 위해 만들어졌다.

특히 야구 불모지인 라오스에 최초의 야구단 '라오J브라더스'를 창단하고 라오스 야구협회 창립과 야구장 건설, 그리고 베트남에 최초로 야구협회도 창설했다. 오는 11월말에는 캄보디아로 들어가 심판아카데미와 야구 재능기부 등을 통해 계속 동남아에 야구의 씨앗을 심고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 주려고 한다.

이날 NC다이너스 이진만 대표와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페디 투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벌써부터 2023년도 우리나라 프로야구 MVP 1순위는 NC다이너스의 패티 투수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진만 대표도 패티가 올해 이렇게 잘 던져 줄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5선발을 지냈던 투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잘 던져 줄 줄은 몰랐다며 페디 투수에 대한 칭찬과 그의 겸손함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럼 도대체 페디가 올해 유난히 잘 던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진만 대표의 말에 의하면 '스위퍼' 구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페디는 이전까지 한번도 '스위퍼' 구질을 던지지 않았다고 한다. 야구인들이나 일반 팬들에게 '스위퍼'라는 단어는 많이 낯설다.

그런데 지난 WBC 세계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인 오타니 투수가  '스위퍼'라는 구질을 던져 세계 최고 타자들을 꼼짝하지 못하게 했던 장면을 직접 TV로 보았다.

[ 2023년 야구를 보다보면 새로운 단어를  듣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스위퍼'라는 단어인데 MLB에서 유행하고있는 최신 변화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오타니를 비롯한 유명 투수들이 주무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스위퍼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스위퍼란 수평 이동으로 구별되는 브레이킹 볼의 변형입니다. 위 아래보다 가로로 더 많이 움직입니다. 스위퍼는 본질적으로 슬라이더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슬라이더보다는 커터에 가까운 구종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스위퍼는 슬라이더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슬라이더를 스위퍼로 바꾸려면 그 차이를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 ( 펌 )

이날 경기는 롯데자이언츠 팀과 오후 2시에 열렸다. 드디어 페디 투수가 몸을 푸는데 이진만 대표가 "저 투수가 올해 가장 잘 던지는 투수입니다"라고 거듭 소개해 주었다. 큰 키에 좋은 체격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면서 페디 투수의 주무기인 '스위퍼' 구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경기가 시작 되면서 비록 높은 곳에서 페디 투수의 구질을 보았지만, 정말 올해 가장 잘 던지는 투수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전광판을 보는데 평균 구속이 시속 154km가 나오고 슬라이드는 시속 134~136km까지 나왔다.

오타니 투수의 빠른 구질과 주무기인 '스위퍼'는 영상으로 많이 보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위력적인 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진만 대표가 "페디가 던지는 구종이 슬라이드가 아닌 '스위퍼'니 자세히 보라"고 말했다.

솔직히 이진만 대표가 언급하지 않았다면 나도 페디가 던지는 구질이 슬라이드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위에서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옆으로 빠르게 꺾이는 구질은 정말 일품이었다. 슬라이드처럼 약간 위에서 옆으로 꺾이는 구질이 아니라, 직구처럼 왔다가 곧바로 옆으로 흘러가는 볼이었다. 거기에다 8회말까지 97개를 던졌는데 스피드가 한번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시속 153~154km를 유지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커터(Cutter) 구질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슬라이드도 아니었다. 내 기억으로 커터를 가장 잘 던지는 투수는 뉴욕양키스 팀에서 은퇴하고 2019년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되어 영구결번 한 '마리아노 리베라(Mariano Rivera)였다.

내가 2006년까지 시카고 화이트삭스 팀에서 지도자로 활동할 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PNC 파크에서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기를 한 적이 있다. 두번째 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경기에서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볼을 불펜에서 직접 받아 본 적이 있다.

마리아노 리베라는 미국의 역대 마무리 투수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은 선수다.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볼을 받는데, 특히 내추럴(Natural) 커터는 처음 받아 보았다. 그동안 말로만 들었는데, 커터가 거짓말처럼 황홀할 정도로 정교하게 날라오는 것이었다.

사실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는 커터를 마음 먹은 대로 던졌다. 그래서 왼손 타자들이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볼을 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커터도 두 종류로 던졌다. 특히 가운데에서 몸쪽 안으로 파고드는 커터는 모든 왼손타자들이 경악할 정도로 무서워 했다.

앞에서도 잠시 이야기 했지만 지난번 WBC 세계야구대회에서 오타니의 '스위퍼'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구질이다. 이날 NC다이너스 선발투수로 나온 페디도 오타니 투수처럼 똑 같은 구질을 던졌다.

내가 직접 받아 본 마리아노 리베라 투수의 구종보다 조금 더 가로로 휘는 것이 '스위퍼'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이런 구종이 나타나게 되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는 어마어마한 타자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투수들이 이들을 상대하려면 기존의 커브나 슬라이드로는 살아 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로 나온 볼이 '스위퍼' 구종인 것이다. 특히 요즈음 타자들이 어퍼 스윙을 많이 하므로, 직구 커브 슬라이드로는 이들의 힘과 기술을 당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온 '스위퍼'는 수평 이동으로 구별되는 브레이킹 볼의 변형이다. 위 아래보다는 가로로 더 많이 움직인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슬라이더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지만, 슬라이더 보다는 커터에 가까운 구종으로 볼 수 있다.

일본 팀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비결도 오타니의 새로운 구종인 '스위퍼'에 있었다.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가로로 빠르게 흘러가는 '스위퍼' 구종에 세계 타자들이 꼼짝하지 못했던 것이다.

패디 투수도 올해 NC다이너스 팀에 들어온 뒤 WBC 세계야구대회에 나왔던 오타니 투수의 '스위퍼' 구종을 보고 올해 새롭게 장착했다는 것이 이진만 대표의 이야기였다. 2023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는 단연 에릭 페디다. 시속 153㎞를 웃도는 빠른 공에 새로운 구종인 '스위퍼'를 앞세워 우리나라 타자들을 속절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이날 이진만 대표가 페디 투수에 대해 많이 언급하기에 더욱 유심히 끝까지 경기를 보았다. 페디 투수가 유감없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날이었다. 8회말까지 시속 153~154km를 던졌는데 스피드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무려 12년 만의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평균자책·다승·탈삼진 1위)을 향해 꾸준히 달려가고 있다. 이날 패디는 충분히 완봉승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9회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3개만 잡으면 올해 처음으로 리그 전체에서 시즌 첫 완봉승을 거둘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페디는 아쉽게 9회 1점을 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페디 투수는 이날 승리로 평균자책, 다승, 탈삼진 모두 리그 1위에 올랐다. 2011년 KIA 윤석민 투수 이후 처음이자 외국인 투수 최초로 3관왕에 도전한다. 올해 페디는 시즌 18승(6패)째로 14승의 KT 웨스 벤자민과 격차를 벌렸다. 삼진 9개를 추가하면서 키움 안우진도 마침내 제쳤다. 페디는 삼진 169개, 안우진은 164개다.

이날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멋진 경기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2017년 이만수 포수상 첫 수상자였던 김형준 포수와 시구자와 시포자로 설 수 있어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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