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신기’의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신기할 뿐“
[데스크 칼럼]‘신기’의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신기할 뿐“
  • 현달환 기자
  • 승인 2018.08.31 0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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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없다’ 명제에 대한 역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 깨달아야"
"한 박자 늦게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 가져야"
중학교 친구인 채신기
중학교 친구인 채신기

생각해보라.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무엇일까?

신기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 명제다. 채신기는 해가 뜨는 성산포에 살고 있는 나의 중학교 동창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글쎄....", 신기 왈,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이말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해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느끼는 형상을 가진 것은 어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것이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느냐 와는 상관없이 세월이란 시간이 할퀴고 만지작거리면 조금씩 그 모습이 변해 원래의 형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

'나'라는 인간의 모습은 어떤가?
어린애에서 어른까지 끊임없이 변하고 한 순간 세월은 지나가고 있다.

또, 우리가 가진 마음은 어떨까.
영원히 변치말자고 명세한 젊은 시절, 그 사랑이 아직도 가슴속에 절절하게 남아 있는가?

나도 모르게 조금씩 변하는 것이 뭇 인간의 마음일 게다.
'Out of sight, Out of mine' 이라는 말이 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얘기다.

어쩌면 인간의 감정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흔히 말하는 “내 맘속에 너 있다”라는 표현처럼 간절함이 묻어있는 경우가 더욱 애틋한 것은 아닐까.

40년 만에 만난 친구들의 만남에서 말투와 모습에서 그동안 성장을 많이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니 아직도 성장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더러는 해본다.

우리는 평상시는 잊고 살다가도 한잔 술에 취해 괜스레 보고 싶은 얼굴이 떠오르듯 가슴 저 밑 어디에 숨어 있다 즐겁거나 슬플 때면 꼭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그렇게 본다면 앞서 말한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얘기는 약간의 순리에는 안맞다.

그런 친구들이 나에게도 있다.

가까운 곳에 살지도 않아 자주 만나 한잔의 술잔을 기우리지 않지만 그냥 가끔 전화하고 잘 있는지 궁금해지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사는 것이 건조하지 않고 조금은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으로 이어가고 있지 않는 지 모를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의 약속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흔히 말하는 눈먼 사랑도 사랑이니까 사랑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사람의 감정이라고 하는 것이 늘 그대로라면 어쩌면 세상은 재미없어 곧 사라질지도 모른다.

오늘 만나 사랑한 그 사람만을 죽도록 사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과제가 주어진다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는 순간이 무척이나 어려워 결국, 사랑을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런데 신이 고맙게도(?) 사랑을 쉽게 하도록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 놓았다.
사랑하다 싫어지면 떠날 수 있게 참으로 편리하게 만들었다.

이 편리한 감정을 인간에게 내려줬다면 사랑은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아픔'이라는 또 다른 감정을 불쑥 솟아나게 한다. 쉽게 허락하거나 빠져들면 반드시 아프게 설계한 비수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마음대로 사랑하면 반드시 뒤끝을 아프게 만들어 놓아 사랑할 때에는 '신중'이라는 선택을 하게 한 신의 묘수에 아무나 사랑하지 않고 난잡하지 않고 절제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싶다.

어제 사랑했는데 오늘 미워한다. 어제 미워했는 데 오늘 사랑한다. 감정의 교차다. 
그것이 변한다는 진리다.

인간의 마음은 언제나 변하게 되어있다.
사랑의 감정이 엷어지고 짙어지는 것과 같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건과 환경에 따라 조금은 다른 색채로 나타나는 것이 '마음'이라는 감정이다.

우린 살면서 누군가와 약속을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스스로의 것이지만 쉽게 만들고 쉽게 포기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이롭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간혹 하게 된다.

영원히 사랑하며 살자!라는 조금 허황된 약속 따위는 하지 말고 늘 같은 마음속에 우리가 존재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처럼 작은 약속을 하고 그 속에 자유로운 생각이 오간다면 세상이 변한다고 해도 상처받지 않고 기분좋은 삶을 살 수가 있다.

중학교 친구인 채신기(우)

바퀴벌레는 앞으로밖에 갈 줄 모른다.
인생은 앞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각자 가는 길이 다 다르다. 바퀴벌레처럼 앞으로만 가는 삶이라면 그다지 재미가 없을 것이다. 천천히, 옆으로, 뒤로도 갈 수 있는 인생. 그것이 아름다운 삶이다. 

뒤로도 옆으로도 간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한 박자 늦게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고
살아있을 때 영원한 것을 대비하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어야 하겠다.

나의 친구 '신기'가 보고 싶다. 기억은 또다른 기억을 만든다.
신기하게도 신기는 나를 보면 항상 중2시절 이야기만 한다.

“산꼭대기 올라가 흰뱀 잡자!”
이게 중2때 나눴던 변하지 않는 흰뱀 이야기다. 지금은 흰뱀 보기도 힘들다.

이게 뭐가 좋다고 40년이 지난 어릴 적 기억을 아직도 변하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신기는 변해도 기억은 변하지 않는 것. 오래 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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