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옥 칼럼](2)"선생님, 아빠가 눈을 떴어요"
[오정옥 칼럼](2)"선생님, 아빠가 눈을 떴어요"
  • 뉴스N제주
  • 승인 2019.05.07 09: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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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옥 포로텍션메드 제주 공동대표
'생활속의 향기' 대표

-2. 선생님, 아빠가 눈을 떴어요-

사설 엠블란스 모습
사설 엠블란스 모습

아침 일찍 목포에 도착해서야 아침식사를 했다.

구급차를 배에 안전하게 선착하고 나니 제주행 여객선은 그제야 출발했다.

선생님은 “구급차 안 공기가 탁하니 보호자 한분만 구급차 안에 남아있고, 나머지 가족들은 차에서 모두 내리세요”

이어 선생님은 “보호자님, 절대포기 하지 마세요, 내려오면서 걱정을 했는데 지금 상태는 예우가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안도하는 말을 계속 했다.

그러면서 “보호자님, 잠깐이라도 졸면 안 되니까 제게 질문을 많이 해주세요”라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어 “주먹 쥔 오른손을 내밀어 이손이 약이고 다른 손이 독인데 약을 먹어서 좋아지지 않는다 생각하면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한손에 이것이 독인데 독을 먹어서도 좋아질 거라 생각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라며 “사람은 모든 게 생각차이니까 기적은 반드시 일어납니다”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몇시간 후 여객선은 무사히 제주항에 도착해 구급차는 제대병원으로 빠르게 이송했다.

이어 환자는 제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신경과 선생님은 놀라운 얼굴로 쳐다보고 있었다. 환자가 산소 호흡기를 안 하고 들어왔다는데, 다시 산소 호흡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애들 아빠 산소호흡기 안 해도 자가 호흡이 되는데 왜 다시 하는 거죠?”라고 다급하게 물었다.

“보호자님, 환자가 중간 중간 무호흡이 있어서 하는 겁니다”

나는 벌써 4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반응이 없이 잠만 자는 남편의 모습에 어쩔줄을 모르고 기도만 하고 있었다.

“당신, 눈뜨지 않고 잠만 자요. 하나님, 이사람 잠을 그만 자도록 하고 제발 눈뜨게 해 주세요”

중환자 대기실에서 대기하며 면회시간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옆에서 간호를 하고 있던 다른 보호자가 “환자가 욕창이 생기면 안 되는데, 따뜻한 물수건으로 자주 닦아줘야 해요”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 당시 나는 욕창이 뭔지 몰랐다. 이는 뇌졸중 환자에서 동반되는 합병증이다.

참고로 병명을 간략하게 들여다보면, ▲폐렴; 삼키는 기능 장애로 인해 발생 ▲요로감염; 배뇨 위한 소변 줄 삽입한 경우에 발생▲욕창; 잘못 움직이는 경우 체위변경을 자주 못하면 발생▲심부정맥 혈전증; 다리 마비가 심할수록 잘 발생▲폐색전증; 다리에 있던 혈전이 폐의 혈관을 막음▲발작; 대부분 처음 24시간

연세 뇌졸중 팀이 제작한 책자의 내용이다.
이 책은 뇌졸중 전문의가 말하는 뇌졸중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다.
뇌졸중 환자를 위한 의학상식을 알려드리겠다.

나의 경험을 통해 뇌졸중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관심 있는 모든 분들께서 뇌졸중이라는 병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실제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나는 암보다 무서운 것이 뇌졸중이라 생각한다.

나는 작은 타올 10개를 준비해서 면회시간이 다가오면 고무장갑을 끼고 뜨거운 물로 빨고 물을 꽉 짜고 비닐 팩에 준비했다. 면회시간이 되면 서둘러서 몸을 닦아줬다. 운동을 꾸준히 했던 남편의 단단했던 근육은 푹 퍼져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나의 간절함은 어디로 가고 의사선생님이 “환자가 좋아했던 옷을 준비 하세요”

“뇌사상태 의식이 전혀 없어서 얼마나 갈지 모르겠습니다. 장기기증을 생각해 보세요“

나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이 평소에 좋아하던 양복을 세탁소에 맡기고 집으로 왔는데 어머님이 ‘애미야! 눈 좀 붙이고 밥도 먹어야지, 산사람은 살아야 된다. 우리 애비 하나님 곁으로 보내주자“ 라는 말이 서글펐다.

“어머니 저는 애들 혼자 키울 자신 있어요. 하지만 애들 아빠를 이대로 보내면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자신의 꿈을 도전해보지도 못하고 언제나 배려하고 희생만하고 살아온 사람, 내가 마음이 너무 아파서 못 보내겠어요”

그렇게 어머니 앞에서 말을 하고는 갑자기 눈물이 뜨거워졌다.

며칠째 잠을 설치고 먹지도 못하고 헬기를 탔던 후유증으로 머리가 흔들려서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들었다.

그때 당시 우리 애들은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었는데 헬기로 이송해서 서울병원에 올라갔을 때 새벽기도까지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한 교회에서도 3일 동안 24시 철야 기도까지 하며 온 정성을 보여주셨다.
7일째 되는 날 의사선생님이 ‘기관지 절개수술’을 해야 된다는 애기를 들었다.
그때 나는 기관지 절개수술이 뭔지도 모르고 설명을 해도 안한다고 울고 다녔다.

9일째 되는 날 의사선생님이 기관지 절개수술을 안 하면 혀가 썩어 들어간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승낙을 했다.

바로 수술실에 들어갔는데 10분정도 소요되고 밖으로 나온 모습은 목에 기도관을 삽입한 모습이었다.

12일째 되는 날 나는 심한 몸살을 앓게 되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일반병실로 옮기세요”
“내일부터는 보호자님이 가래를 뽑는 셕션기까지 해야 됩니다. 셕션기 사용법을 알려 드릴께요”

나는 기도삽관에 셕션기 사용법을 배우는데 손이 너무 떨려서 할 수가 없었다.

이후 병실로 옮기면서 간병사가 간병을 하게 됐다.

16일째 되는 날은 4월5일 식목일이었다.

아침10쯤 간병사가 “선생님 의식이 있는 거 같은데 이름 한 번 불러보세요”

나는 깜짝 놀란 목소리로 “진짜 뭔가 느껴졌어요?”

하고는 큰소리로 “아빠, 내목소리 들리면 눈 떠봐요”하고 외치니 남편의 닫혔던 눈이 힘없이 뜨였다.

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에 경련이 일어났다.

“여보, 나 알아 볼 수 있어요?”

남편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의 의식이 돌아온 순간 심한 몸살도 어느덧 다 사라져 버렸다.

“지금 이순간이 꿈은 아니겠지!” 하며 기도를 했다.

남편은 엘튜브관 기도삽관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날 남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입모양으로만 읽었다.

“미안해! 너 지켜주지 못해서... 너 불쌍해서 어떻게 살거니...내가 이혼 해 줄께“ 라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눈물을 삼키느라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이 갑자기 밀려왔다.

“나, 당신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어떠한 방법으로든 당신 꼭 걸어 다닐 수 있게 만들 거예요”

한참을 지켜보고 있다가 나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오랫동안 세워놓은 차를 끌고 자동 세차장으로 들어갔다.

다음날부터 간병사를 붙들고 셕션기 사용법. 체위변경. 유동식식사. 소독하는 것 등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아침 의사선생님이 회진이 있었다.

나는 “선생님, 애들 아빠 의식 돌아 왔어요”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번 쳐다보고는 휙 돌아서서 나가 버렸다.

나는 “아! 왜 저러지?”

그때 내가 의사선생님 말을 듣지 않고 포기각서 쓰고 헬기를 타고 서울로 같다 왔고 신문에 까지 기사가 보도돼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당시 신문기사 내용
당시 신문기사 내용

그 후로도 회진을 와도 의사 선생님은 무관심이었고 의대학생들이 같이 몰려와 의학용어로 설명하고는 썰렁하게 나갔다.

그때 나는 ‘사람이 큰 병에 걸리면 마루타일 수밖에 없고 아프면 환자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의사선생님에게 면담 요청을 했다.

“선생님, 남편의 의식이 돌아왔는데 왜 아무치료도 안하세요?”

의사는 “더 이상 치료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뇌졸중 발병 후 가능한 빨리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재활치료는 신촌에 있는 OO란스 병원이 잘한다는 애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특수구급차 응급구조사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어 OO란스 병원 어떻게 해서든지 빨리 예약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주일 안으로 면담 날짜가 잡혔다.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동생이 OO란스 병원 예약을 하고 왔다.

OO란스 병원 기다리는 동안 한OO병원도 예약을 했는데 한OO병원도 병실이 없었다.

5월31일 한OO병원에서 입원하라는 연락이 왔다. 10분 후에 OO란스 병원에서도 입원하라는 연락이 왔다.

나는 한OO병원 재활과장님과 통화를 하고 OO란스병원으로 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또다시 사설 특수구급차로 배로 이송하기로 했다.[3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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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숙 2019-05-07 11:46:28
오정옥님 글이
큰병에 걸리고도 마루타가 되지 않고 자기 몸의 주도권을 환자나 가족이 쥘수 있는 계기가 되길 간절하게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