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경제 상황과 민생의 질이 갈수록 악화되는 이 시기에 지방정부의 예산안이 표류되는 사상 초유의 헤프닝이 벌어졌다. 집행부와 의회의 입장이 어찌됐든지간에 소통 부재와 협상력이 전무한 추경안 정국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도민의 삶이다.

도지사의 소속 정당과 의회의 다수당이 다른 당이라면 정책과 노선의 차이라고도 일견 이해할만하지만,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된 민주당 도지사와 압도적 의석의 민주당 도의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볼모로 잡힌 도민의 민생은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가?

제주 정치권의 민주당 독주가 낳은 교만과 무능, 무책임의 끝판왕이다.

특히 추경안 정국에서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부상했던 중국 자본 소유의 송악산 사유지 매입 예산안은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의도 거치지 않고, 예산이 편성됐다는데 이렇게 화급하게 진행해야 될 이유가 무엇인가? 집행부는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 것인가? 그렇게 절실한 예산이라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 매매계약과 관련된 법적문제 및 국제적 기준에 대해서 도민에게 상세히 설명하라. 실무담당자를 시켜 도의회에 괜한 엄포만 놓지 말고, 그래야 세간의 궁금증이 명확히 해소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역의 야당인 국민의힘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일방통행을 하더라도, 자당 소속 도의원들과는 최소한의 소통과 절충을 해야지, 임기 1년도 안 된 도지사가 첫 추경안부터 이렇게 표류하면 앞으로 어떤 행정을 원활하게 펼칠 수 있겠는가? 가뜩이나 선거법 위반 재판으로 식물도지사 우려까지 나오는 판국에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예산편성 및 집행력까지 흔들리는 현실이다.

심사보류를 예상하지 못했다는 도지사의 궁색한 답변은 도정의 정무 및 예산 라인이 전혀 가동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당장 오늘부터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탐나는전 할인정책이 잠정 중단되고 천원의 아침밥, 공공근로사업 등이 지장을 초래한다고 한다. 이 모든 사업들이 서민의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업들이다. 결국 정치가 서민의 삶을 잡아먹는 호랑이가 된 것이다.

도의회도 집행부와의 소통을 재개하고, 하루빨리 추경안 통과를 위한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서 민생예산을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 이렇게 추경안을 미뤄놓고 계획된 해외연수를 시행하면, 똑같이 민생의 적으로 공멸하게 될 것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