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그루 시선 25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신간] 한그루 시선 25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 현달환 기자
  • 승인 2023.05.10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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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신자 / 130*205 / 120쪽 / 10,000원 / 979-11-6867-092-1 [03810] / 한그루 / 2023.5.21.
김신자 시인의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표지
김신자 시인의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표지

바다 너머 풍경은 모두 되돌아온다
어두운 생 환히 밝힌 어머니를 통해서

한그루 시선 스물다섯 번째 시집은 김신자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이다. 5부에 걸쳐 70편의 시를 실었다.

제목에서처럼 이 시집은 제주의 서쪽 마을 용수리, 시인의 고향이자 어머니의 신산한 생의 흔적이 남아 있는 바닷가 마을을 그리고 있다. 그곳은 어머니를 비롯한 제주해녀들의 고단한 삶의 공간이면서 끝끝내 놓지 못하는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시인은 어머니를 통해 되돌아오는 기억들을 모아 정갈한 음률에 담아내고 있다.

송상 시인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끈질김과 비움의 교차점’으로 읽어내면서 “김신자 시인의 문장은 실체가 사라져도 기억이 또렷한 역설에 충실하다. 이제 사진 속 어머니는 곁에 없지만 어머니란 단어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그만큼 시인의 경험 속에서 오랫동안 어머니만을 위한 기억의 방을 보전했기 때문일 것이다. … 어머니 기억을 짊어져야 할 운명이며, 그것을 자기 삶의 풍경으로 두고 그 순환적 생명관을 좇으며, 어머니의 삶과 늘 교접하며 살고 싶은 것이다.”라고 평했다.

■ 저자 소개

김신자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출생.
제주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2001년 제주시조 지상백일장 당선, 2004년 《열린시학》 등단.
시집 『당산봉 꽃몸살』, 『난바르』, 『용수리, 슬지 않는 산호초 기억 같은』,
제주어 수필집 『그릇제도 매기독닥』, 『보리밥 곤밥 반지기밥』.
제주문인협회, 오늘의시조회의, 제주어보전회 회원.

■ 목차

제1부 물숨의 기억들이 까치발로 서성이고

풀바른 구덕|살에 핀 꽃|어머니는 로열층에 삽니다|벳바른 궤에 백서향 피어난다|마누라|그 폭낭 아래|용수리 거욱대|사진 한 장|산자고|고향집|소도리질|동백|계획|동치미

 

제2부 곱숨비질 건너에서

해녀할망|영정사진|오징어 말리는 시간|스미다|제주해녀·1|제주해녀·2|제주해녀·3|제주해녀·4|제주해녀·5|제주해녀·6|제주해녀·7|제주해녀·8|제주해녀·9|제주해녀·10

제3부 당신이 내게 오는 길도 섬비질로 오세요

당신이 내게 오는 길도 섬비질로 오세요|주파수|생각의 차이|스마트폰|당산봉 뻐꾸기|소가죽 허리띠|배추씨, 포기하다|차귀도 가을|홍옥|질그렝이|쓸쓸한 밤|새벽, 클린하우스에서|잎새|중년의 자세

제4부 항굽사는 인생사

용수리 순비기꽃|빈손|약국에서|용수리 소고(小考)|제주해녀·11|제주해녀·12|제주해녀·13|제주해녀·14|제주해녀·15|제주해녀·16|제주해녀·17|제주해녀·18|제주해녀·19|제주해녀·20

제5부 밑줄 긋는 어느 오후

선흘리 불칸낭|색깔 공부|월급|불미쟁이|척|하이힐|수국|자벌레|시 쓰는 밤|옷무덤|인력사무소 앞|국화빵|붉은 우체통|굴뚝새, 날아들다

해설-‘끈질김’과 ‘비움’의 교차점(송상)

■ 시인의 말

귀울림이 심한 날
용수리를 발음해본다
부딪히는 어머니 말, 자나미로 밀려오면
곱숨비질 건너에서
호오이 소리가 매조제기에 떠돈다
내가 누구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바다 너머 풍경은 그렇게 모두 되돌아온다
어두운 생(生) 환히 밝힌
어머니를 통해서…

■ 책 속에서

살에 핀 꽃

일찍이 어머니가 헛물에 날 데려간 건
잔잔한 푸른 바다 보라는 게 아니었다
허탕 친 물질이어도 꽃 핀다 이거였다

가난은 왜 저토록 쓸쓸한 맨살일까
물숨의 기억들이 까치발로 서성이고
달그락 수저 놓는 소리 허공을 내려온다

물굿소리 스며든 가까운 얕은 물창
어머니 살꽃 보다 놀란 그 눈알고둥
둥글고 모진 가난을 몇 바퀴나 굴렸을까

이런 삶 기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보려
일찍이 어머니가 헛물에 날 데려간 건
싸락눈 쏟아지는 날 살꽃을 보라 이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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