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 고사리
[기고]제주 고사리
  • 뉴스N제주
  • 승인 2019.04.13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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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시인, 서귀포자치경찰 수사팀장
김정호 시인, 서귀포자치경찰 수사팀장
김정호 시인, 서귀포자치경찰 수사팀장

봄 철 지천에 널린게 제주고사리라 우습게 보지마라

고사리에게 겸양을 배워라

잘난 척, 갑질은 애시당초 모른다

태교부터 겸양을 익혀 늘 고개 숙이고 음지를 지향하는 고사리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않는다

허리 굽히지 않는 뻣뻣한 놈에겐 눈길도 주지 않는다

겸손히 허리 굽히는 자에게만 눈 맞춰주고

가시 찔려 삶의 아픔을 아는 자에겐 통째로 몸도 내어준다

사랑과 의리도 고사리에게 배워라

늘 혼자 있지 않고 형제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모여 끝없는

솜털사랑 나누는 족속을 보았느냐?

한 번에 다 몰살을 당할지라도 꺾이는 그 순간까지 고고한 사랑을 고사하지 않는 고사리

인간 못된 것 고사리만도 못하다

자신을 찾는 정성스런 방문객에겐 기꺼이 통통한 기다란 기쁨으로 화답하는 고사리

고사리 따다가 고사리에 홀려 온 들판 다 고사리로 보여도

고사리 적당히 따거라

고사리 따는거 너무 좋아하다간 니가 산속 고사(리) 될수도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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