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문학상 시부문 김병심 '눈 살 때의 일' 선정
4·3평화문학상 시부문 김병심 '눈 살 때의 일' 선정
  • 이은솔 기자
  • 승인 2019.04.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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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 선정 발표
소설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 배출 못해 아쉬움
김병심 시인
김병심 시인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판가름났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에 김병심(1973년생, 제주)의  '눈 살 때의 일'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4·3의 진실,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시, 소설, 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작품을 공모한 바 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335명이 응모했고 시 2031편-200명, 소설 119편-119명, 논픽션 16편-16명 등 총 작품 2166편이 접수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7회 문학상 심사지침을 마련해 올해 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예심과 본심사를 거쳐 응모작들을 심사했다.

4.3문학상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고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작품에 선별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정조의 편안함, 제주어에 스며있는 제주서정, 그 속에 빛나는 민중적 삶의 공간과 시간의 역사가 아름다웠다. 또한 자칫 흠이 될 수도 있는 요소를 잘 극복하고 주제의식과 시적 완성도를 견지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눈 살 때의 일'에 대해 “평화로운 풍경을 지닌 마을이 제주4‧3으로 인해 잃어버린 마을로 변해버리고 개발 속에서 사라지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한편, 김병심 시인은 1973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자유문학' 공모전에서 시 '발해를 꿈꾸며'로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소설과 논픽션 부문에서는 당선작이 나오지 않았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4편의 작품들이 본심사에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서사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며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시점의 남발 등이 서사의 밀도를 떨어뜨렸고 결국 당선작을 선정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논픽션 부문 심사위원들은 “올해 처음 추가된 부문으로 작품공모 취지 및 주제정신, 4‧3의 역사적 안목, 내용의 사실성‧현장성‧신뢰성 등에 초점을 맞춰 심사했다”며 “하지만 4‧3보고서와 편향적 관변 자료의 짜깁기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모취지와 거리가 멀었고, 일부 작품은 거듭 눈여겨 보았지만 구성의 산만함을 극복하지 못해 당선작을 고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 제정해 제7회에 이르고 있으며,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상금은 소설 5000만원, 시 2000만원, 논픽션 2000만원 등 9천만원이다.

한편,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 '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 '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 '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서른의 반격', 제6회는 정찬일의 시 '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이다. 

■당선작 감상

눈 살 때의 일 

-김병심

사월 볕 간잔지런한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로 도시락 싸고 오솔길 걷기. 늦여름 삼경에 내리던 동광 삼밧구석의 비거스렁이. 세 살 때 이른 아침 덜 깬 잠에 보았던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뒤뜰의 애기 동백꽃, 동경에서 공부하고 온 옆집 오빠가 들려준 데미안이 씽클레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갓 따낸 첫물 든 옥수수의 냄새를 맡았던 신흥리의 물도왓. 친정집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는 아가의 나비잠, 던덕모루. 예쁜 누이에게 서툴게 고백하던 아홉밧 웃뜨르 삼촌.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가시리 새가름의 설원.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국을 이방인인 그이가 끓여주던 한경면 조수리 근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경면 금악리 웃동네. 옛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보리밭의 눈 내리는 돌담을 가졌던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으로 들어가는 순례자의 땀범벅이 된 큰아들. 해산하고 몸조리도 못 하고 물질하러 간 아내를 묻은 화북리 곤을동. 친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마저 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애월읍 봉성, 어도리. 이른 아침 골목길의 소테우리가 어러렁~ 메아리만 남긴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지슬 껍데기 먹고 보리 볶아 먹던 누이가 탈 나서 돌담 하나 못 넘던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에 있던 외가의 초가집에서 먹던 감자.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가까이 부지갱이꽃으로 소똥 말똥 헤집으며 밥 짓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 그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소설가. 초여름 당신과 손잡고 바라보던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까지의 밤배. 지금까지"폭삭 속아수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잃어버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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