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집' 제주 4·3을 말하다
'바람의 집' 제주 4·3을 말하다
  • 강정림 기자
  • 승인 2019.03.3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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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2부작
4·3사건 70주년 특별기획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은 올해로 71주년을 맞이했지만 지금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제주 4·3사건’을 기억하고 나누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특별기획 다큐드라마 '2부작 바람의 집'이 4월 2일에서 3일까지 밤 9시50분에 EBS 다큐프라임(EBS 1TV)에서 방송된다고 밝혔다.

입에 담을 수 없었던 금기의 역사 70년 전 그날, 동백꽃 핀 제주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밟고 선 땅 아래가 죽은 자의 무덤인 줄

봄맞이하러 온 당신은 몰랐겠으나

돌담 아래 / 제 몸의 피 다 쏟은 채

모가지 뚝뚝 부러진

동백꽃 주검을 당신은 보지 못했겠으나

- 이종형, '바람의 집' 중에서 -

2019년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 4·3사건 당시에 열렸던 계엄 군사재판에서 ‘내란죄’ 명목으로 형을 살았던 18명의 노인들이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불법 군사재판 재심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공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있지도 않았던 죄를 벗기까지 누군가의 한평생이 걸린 것이다.

4·3사건은 광복 이후 제주라는 공간에서 일어난 대규모 주민 학살 사건으로,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이념 대립을 이유로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대한민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다.

이에 EBS는 ‘제주 4·3사건’을 전국화하고, 평화‧화해‧인권 등의 가치를 이후 세대에 알리기 위해 특별기획 다큐드라마 '2부작 바람의 집'을 제작했다. 다큐 드라마는 방영 후 30분 및 1시간 가량의 교육 컨텐츠로 재편집해 4·3평화인권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예정이다.

다섯 노인들이 온몸으로 써내려간 '구술사’

“다시 그런 4·3 같은 사건을 만나면 자살해 죽지. 그 꼴 안 보겠어요.

당신은 안 봤으니 몰라요. 본 사람밖에 모릅니다.”

- 4·3사건 생존 수형인, 박내은(89) -

“억울하게 개죽음 당한 사람 천지지.

시국을 잘못 나서 죽은 거지. 이게 뭔 사상이야...”

- 4·3사건 생존 수형인, 부원휴(91) -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4·3사건 생존 수형인 18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그 중 다섯 노인의 증언을 통해 믿기 힘든 그날의 참상을 감히 짐작해본다. 2003년, 정부 차원에서 발간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너무도 긴 세월 동안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그날’의 참혹했던 현장에 다가간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새로운 구성'

시나리오는 70년 전 그날의 목격자, 실제 이번 재심 재판에 참여한 생존 수형 노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 중 4·3사건의 각 전개 과정을 경험했던 다섯 노인의 증언을 재구성하여 극의 형태로 꾸몄다.

그와 동시에 어느 한 편에 치우치지 않고 4·3사건의 전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해방 직후 제주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모든 야외촬영은 제주도 현지에서 진행했다. 내레이션에는 제주 출신의 대한민국 대표 배우 고두심 씨가 함께 했고 도교육청이 제작 지원에 나서는 등 전 제주가 힘을 모아 ‘그날’의 아픔을 사실감 있게 드러내고자 했다.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제주 4·3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기다림의 꽃, 동백처럼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은 4·3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고 진실이 울려 퍼지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끝나지 않은 고통의 세월, 비극의 역사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몫이며 그날을 기억하고 가슴에 새기는 일은 책임이자 의무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인 제주 4·3사건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전했다.

방영일시: 4월 2~3일, 밤 9시 50분, EBS 1TV

제작진: 기획 김형준 / 연출 장후영 / 글·구성 소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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