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주 칼럼](83) 고구려의 발전(제웅)
[장영주 칼럼](83) 고구려의 발전(제웅)
  • 뉴스N제주
  • 승인 2023.02.14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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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주 한국해양아동문화연구소장
공무원대한민국최고기록(기네스북·400여권·종이전자오디오책 중복있음)
통일교육위원·남북교육교류위원회위원·민통제주협의회부회장·평통자문위원 지냄
교육학박사·명예문학박사·아동문학가·문학평론가·사진작가
장영주 작가
장영주 작가

왕이 골구천에서 얻은 신마(神馬)를 타고 행군을 하다 이물숲에 당도하여 군막을 설치하고 야영을 하게 되었다.

왕이 자리에 누워 잠을 청하려 할 때, 어디선가 “쨍그렁 쨍그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왕은 ‘벌떡’ 일어나 신하를 불러 주의를 샅샅이 살피라고 명령하였다.

“적병이 매복되어 있는지 모른다. 쇳소리가 나는데 가서 살펴보아라.”

신하가 쇳소리가 나는 곳을 군졸들을 데리고 가 살펴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사방을 찾아보았으나 아무런 것도 없사옵니다. 혹시 바람 소리가 아닌가 하옵니다.”

그래도 임금은 의심스러워 영문 밖으로 나왔다.

달은 밝았으나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 왔다.

왕은 영문 앞을 지나다 다시 바람에 섞여 들려 오는 쇳소리를 들었다.

‘이상한 일이로고.’

왕은 한잠도 자지 못했다.

이튿날, 날이 훤하게 밝아올 때까지 쇳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왕은 다시 군사들을 풀어 쇳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보게 하였다.

한참 후 군사들이 병기(兵器)를 한 아름씩 안고 돌아왔다.

“쇳소리가 나는 산 밑으로 가보니 이렇게 많은 병기가 있었사옵니다.”

하며 칼을 내보였다.

왕은 기쁘고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리라.”

“그러하옵니다.”

“이번 싸움은 우리가 이길 게 분명하다.”

“항공하옵니다.”

왕은 용기를 얻어 군사를 이끌고 다시 행군을 계속하였다.

얼마를 가다 보니, 9척이나 되는 키에 광채가 나는 눈을 가진 장사가 나타났다.

장사는 임금 앞에 엎드리며,

“신은 북에 사는 괴유라 하옵니다. 대왕이 부여국을 정벌하신다는 말씀을 듣고 적은 힘이나마 바치고자 하옵니다. 신에게 출전할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기특한 노릇이다. 과인의 뒤를 따르라.”

왕은 장사를 기쁘게 맞아들였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이 나타나며,

“신은 적곡에 사는 마로라 아뢰오, 신이 재주는 없사오나 이 창으로써 대왕의 앞에서 길잡이를 하겠사옵니다.”

하고 긴 창을 내보였다.

“오! 이 모두 하늘이 주신 복이다. 나를 따르라.”

왕은 마로도 기쁘게 맞아들였다.

이로써 고구려 대무신왕의 군대는 더욱 강하게 되었다.

그러나 추운 겨울인 까닭에 좀 쉬었다가 봄이 오면 일제히 부여를 공격하기로 작전을 짰다.

이윽고 봄이 되자 왕은 군사를 이끌고 부여국 남쪽으로 쳐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대소 왕은 깜짝 놀랐다.

“괘씸한 고구려의 왕이로구나. 감히 대국에 덤벼들다니?”

대소 왕은 군사를 거느리고 고구려군을 맞아 싸우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다.

봄이 되어 열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자 길은 진흙 구덩이처럼 질퍽거렸다.

대소 왕은 고구려 군사와 마주치자 큰소리로 외쳤다.

“왕 무휼아, 네가 감히 나에게 덤벼드느냐?”

대무신왕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대소야, 너희는 우리의 선조를 무수히 욕보인 생각을 하지 못하느냐? 항복하라.”

대무신왕은 괴유를 돌아보고 명령을 내렸다.

“괴유야, 나가 싸워라, 적의 군사가 아무리 많다 하여도 그들은 오합지졸이다.”

왕의 명을 받은 괴유는 큰 칼을 들고 말을 몰아 적진을 향하여 달려나갔다.

9척 장신인 괴유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니 부여 군사들은 감히 덤벼들지 못하였다.

괴유는 큰 칼을 휘둘러 몰려드는 적군을 치며 대소 왕을 향하여 돌격해 들어갔다.

결국, 대소 왕과 마주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소 왕도 용감히 싸웠으나 진흙 구덩이에 말발굽이 빠져 허둥대기 시작하였다.

이런 기회에 괴유는 큰 칼로 대소 왕을 치려 하니 대소 왕은 도망을 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괴유는 칼을 번쩍여 대소 왕의 머리를 자르고 말았다.

고구려 진영에서는 일시에 환성이 올랐다.

“과연 괴유는 용감하구나. 괴유 같은 장군은 하늘이 고구려를 위해 보낸 사람이다.”

대무신왕은 이 광경을 보고 크게 감탄하였다.

부여의 군사들은 왕의 최후를 보자 사기가 떨어져 싸울 생각이 없어졌다.

그러자 대소 왕의 동생 갈사수가 형의 원수를 갚고자 용기를 잃은 군사들을 지휘하여 고구려군을 공격하기 시작하였다.

부여의 군사가 워낙 많으므로 시간이 갈수록 고구려 군사들은 지치게 되었다.

피곤하고 지친 군사들은 힘껏 싸울 수가 없었다.

마침내 고구려 군사들은 부여 군사들에게 완전히 포위를 당하게 되었다.

부여의 군사들은 형의 원수를 갚으려는 갈사수의 지휘를 받으며 더욱 극성스럽게 덤벼들었다.

대무신왕은 작전을 달리하여 진을 좁히고 군사들을 한군데로 집결시켜 적의 포위망을 뚫으라고 명령하였다.

일시에 고구려 군사들은 힘을 합하여 적진을 뚫어 잠깐 적군을 당황하게 하였으나 얼마 후에는 또다시 포위되고 말았다.

왕은 초조해져서 괴유에게 물었다.

“어찌하면 좋겠는가?”

“하늘이 돌보아 줄 것이옵니다. 조금만 견디면 살아날 길이 생길 것이옵니다.”

괴유는 왕의 마음을 위로하였다.

그러나 왕은 불안하여 어찌할 줄을 몰랐다.

힘든 싸움이 계속된 지 7일이 되던 날 앞뒤를 분간하기 어려울 만큼 안개가 자욱하게 끼었다.

괴유는 좋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였다.

“짙은 안개로 사방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이때 적을 물리칠까 하옵니다.”

“무슨 좋은 수가 있겠소?”

“짚으로 사람 모양을 한 제품을 많이 만들어 적을 속이는 것이옵니다.”

괴유는 즉시 짚으로 사람 모양을 만들어 달라고 하였다.

왕은 괴유의 말대로 수천 개의 제웅(짚 사람)을 만들어 주었다.

괴유는 세움을 군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영문 밖에 세워 놓도록 하였다.

그리고 수백 명의 군사에게 북을 두드리고 고함을 치게 하여 적군을 공격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였다.

부여의 군사들은 고구려 진영에서 북소리가 요란히 울리며 고함이 들리자 고구려군이 쳐들어오는 줄 알고 급히 싸움 준비를 하고 달려 나왔다.

그러나 안개가 자욱하여 앞을 볼 수가 없었다.

북소리와 고함은 더욱 요란하게 들려 왔다.

부여 군사들은 안개를 헤치며 고구려 군사들이 있는 곳을 향하여 달려갔다.

고구려 진영에 가까이 가니 군사들이 우뚝우뚝 서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부여의 군사들은 소리를 지르며 고구려 군사들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그러나 고구려의 군사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부여의 군사들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멈춰 섰다.

그때 고구려 진영에서 부여의 왕과 군사들을 욕하는 소리가 마구 들려 왔다.

화가 치민 부여군은 고구려 진영을 향하여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짚으로 만든 제웅만 우뚝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부여군들은 어찌할 줄을 몰랐다.

이때 부여군의 뒤에서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고구려 군사들이 공격을 해왔다.

갑자기 공격을 받게 된 부여군은 싸움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괴유의 작전이 들어맞은 것이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틈을 타서 제웅을 고구려 군사처럼 보이도록 속여 부여군이 제웅과 싸우는 동안 몰래 뒷길로 돌아가 부여군을 갑자기 공격하게 한 것이다.

고구려의 기습을 받은 부여군은 가섭원으로 쫓겨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대무신왕과 괴유는 더욱 힘을 내서 가섭원 성을 허물고 가섭원을 점령하였다.

고구려군이 부여의 왕성인 가섭원을 점령하자 갈사수는 몇 명의 부하를 이끌고 달아나 압록강 유역에 갈사국이라는 나라를 세웠다.

대소 왕의 나머지 동생들은 할 수 없이 대무신왕에게 항복하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부여국의 대부분은 고구려 땅이 되었다.

그해 10월 동맹 제를 지낼 무렵 부여와의 싸움에 가장 공이 많았던 괴유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왕은 친히 괴유의 병상을 찾아갔다.

“지난번 부여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이긴 것은 장군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장군이 이렇게 병이 드러눕게 되었으니 과인이 덕이 없는 탓인가 보오. 장군은 빨리 병상에서 일어나 나라를 위하여 더 큰 공을 세우도록 하오.”

“미천한 신을 생각하여 주시니 은혜 백골난망이로소이다. 더구나 신은 여러 차례 은혜를 입었으니 죽어서도 결코 잊지 못하겠나이다.”

괴유는 왕의 어진 마음에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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