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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영 시문학 칼럼](30) '그대 가슴에 흐르는 詩' ... 눈물이 나에게
[김필영 시문학 칼럼](30) '그대 가슴에 흐르는 詩' ... 눈물이 나에게
  • 뉴스N제주
  • 승인 2023.02.0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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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PEN International 회원
계간 시산맥 / 편집위원, 시회 회장
계간 스토리문학 / 편집위원
(정호승 시집, 여행,46쪽 : 창비시

심상운 시집, 녹색전율 : 시문학시인선 526) 113쪽, 눈물이 나에게. 감상평 : 김필영

눈물이 나에게
심상운

눈물 속에는 파란 하늘과 나지막한 산자락이 들어있고

눈물 속에는 백일홍 피는 마을의 뻐꾸기 소리가 들어있고

눈물 속에는 사춘기적 사랑이 수 놓여 있고

눈물 속에는 살 비비며 사는 것들의 뜨거운 속살이 담겨져 있어

이 세상 살아가다 길을 잃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맑은 눈물 속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네.

김필영 시인
김필영 시인

『눈물, 심원(心原)에서 솟아오르는 감동의 원천』

‘눈물은 아기의 첫 울음소리에서 시작된다.’라는 어느 시인의 시구(詩句)가 생각난다. 그 울음소리를 들으려고 분만을 돕던 의사는 그 적신(赤身)의 여린 볼기를 두드린다.

아기가 모태를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후, 첫 호흡이 열릴 때, 터뜨리는 아기의 울음, 즉 눈물은 생명이 세상에서 출발하는 신호탄이라 할 때 사람은 눈물로 생을 시작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초의 눈물은 어느 눈물보다도 맑을 것이다. 그 눈물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심상운 시인이 사유한 눈물 속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지 살펴본다.

첫 행은 “눈물 속에는 파란 하늘과 나지막한 산자락이 들어있”다는 초월적 행간으로 시작된다. 눈물과 하늘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눈이 사람의 마음의 창이라면 조물주의 마음의 창은 하늘일 것이다. 그렇기에 하늘을 우러러 경건한 두려움으로 양심을 비추어 참회하기도 하고, 부끄러움이 없기를 기도하기도 한다. 그리고 눈물이 쏟아지려할 때 하늘을 보며 눈물을 참곤 한다.

그 하늘 가까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산, 그 산을 우리는 오른다. 조금이라도 하늘과 가까이 가려고 나지막한 산자락을 기어오른다. 그래서 우리가 눈이 공해에 시큰거릴 때, 푸른 물이 떨어질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보면, 초록의 낮은 산자락을 바라보면 눈이 아프지 않고 시원하게 치유된다.

그러면 “눈물 속에는 백일홍 피는 마을의 뻐꾸기 소리가 들어 있”는가? 백일홍과 뻐꾸기소리는 모두 기다림과 그리움과 관련이 있다. 백일홍이 지닌 전설도 사랑하는 이를 백일동안 기다리다 핀 꽃이며, 뻐꾸기 소리가 울음이든 노랫소리든 짝을 기다리며 부르는 연가이다.

채소도 아닌 유실수도 아닌 한 낱 백일홍 꽃밭이 있는 마을이라면 얼마나 소박한 시골마을인가. 그곳에 뻐꾸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돌아오지 않는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젖은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 젖은 눈동자를 어루만지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은 사랑이라는 신성한 존재로 우리의 마음을 수놓아져 있다. 그 사랑의 절정이라면 어느 때의 사랑일까?

시인은 “눈물 속에는 사춘기적 사랑이 수 놓여 있”다고 표현하므로 눈물의 아름다움을 극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사춘기적 사랑으로 흘린 눈물의 양만큼 추억의 감동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몸짓이자 물체는 무얼까? 행간은 그 물성을“속살”로 은유하고 있다. 다분히 에로티즘을 대변하는 “속살”이란 시어가 눈물을 만남으로 인해 느낌이 전혀 달라지고 있음을 본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것이 있다면 눈동자를 적시는 눈물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살을 비비며 사랑을 나눌 때, 뜨거운 속살의 체온을 나눌 때, 얼마나 부드러워져야 눈물처럼 될까? 얼마나 자신을 비우고 다가가야 두 눈이 눈물에 젖을까?

세상의 무수한 미로의 길모퉁이에서 길을 잃고 오늘도 눈물 흘리는 이들이여, 그럴 때마다 눈물 속으로 들어갈 일이다.

그 눈물 속에 있는 “파란 하늘과 나지막한 산자락”을 그윽히 들여다보며 “백일홍 피는 마을의 뻐꾸기 소리가 들어”보라, 그 눈물 속에서 드리워진 아름답게 수놓은 사랑을 기억해 보라.

그리고 비우고 또 비우고 뜨거운 속살을 비비며 사랑해보라. 그 심원(心原)에서 솟아오르는 눈물의 길이 우리가 가야할 궁극의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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